서울에서 싱가포르만큼 먼 곳까지 들린 화산 폭발음
1883년 8월 27일, 크라카타우가 폭발했습니다. 그 굉음은 약 4,800km 떨어진 로드리게스섬에서도 들렸고, 세계 곳곳의 기압계는 같은 공기의 파동이 닷새 동안 일곱 번 지나가는 것을 기록했습니다. 1888년 영국 왕립학회 보고서가 설명한 세 종류의 공기 파동을 보고서에 실린 도표와 지도로 따라가고, 2022년 통가 근처 훙가 화산 폭발이 같은 양상을 어떻게 되풀이했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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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를 넘어간 압력계
1883년 8월 27일 오전 10시 15분 직후, 바타비아 가스공장의 압력계가 기록지 위쪽 끝을 넘어갔습니다. 오늘날 자카르타로 불리는 바타비아는 크라카타우 화산에서 약 15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4,800킬로미터 떨어진 인도양의 작은 섬에서는 한 경찰서장이 멀리서 큰 대포가 울리는 듯한 소리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봄베이, 모리셔스, 토론토, 워싱턴 등 세계 곳곳에서 기압계 바늘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압계가 이후 닷새 동안 일곱 번 흔들렸습니다. 같은 공기 파동이 거듭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폭발 한 번이 어떻게 바다 건너까지 들리고, 지구 전체를 휘감았을까요?
크라카타우, 1883
크라카타우는 자바와 수마트라 사이의 좁은 순다 해협에 있었습니다. 5월부터 분화가 이어졌고, 8월 말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27일 아침, 거대한 폭발이 잇따라 섬을 찢어 놓았습니다. 섬의 약 3분의 2가 사라졌습니다.
뒤이은 해일이 자바와 수마트라 해안을 휩쓸었고, 왕립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36,380명이 숨졌습니다. 1884년, 런던 왕립학회는 이 분화의 기록을 모조리 모으려고 위원회를 꾸렸습니다. 1888년에 나온 이 보고서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의 주된 출처입니다.
세 종류의 공기 파동
위원회의 지질학자 존 저드는 분화 때 공기 파동을 셋으로 나눴습니다. 가장 빠른 건 보통의 소리, 사람들이 들은 굉음이었죠. 더 크고 느린 파동은 공기를 밀어 160킬로미터 밖의 창문을 깨고 벽에 금을 냈습니다. 가장 느린 파동은 너무 길어 안 들렸지만, 지구를 돌며 기압계에 잡혔습니다.
한 번의 폭발이 전혀 다른 세 길로 퍼졌습니다. 먼저 소리부터 보죠.
굉음이 들린 곳
위원회는 폭발음을 들었다는 보고를 모아 이 지도를 그렸습니다. 30킬로미터 이상 거리에서 온 보고가 거의 100건, 3,000킬로미터 넘는 곳에선 16건이었습니다. 굉음이 닿은 음영 구역은 지구 표면의 13분의 1보다 조금 작습니다. 사람들은 거듭 같은 말을 했습니다. 대포 소리 같았다고요.
3,6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디에고가르시아에서는 조난당한 배가 대포를 쏘는 줄 알았습니다. 안다만해에선 관리들이 그 배를 찾으러 경찰정과 증기선을 보냈습니다. 아무것도 못 찾았죠. 가장 먼 보고는 모리셔스 동쪽 로드리게스라는 작은 섬에서 왔습니다. 화산에서 약 4,800킬로미터 거리입니다.
그곳 경찰서장 제임스 월리스는 동쪽에서 큰 대포가 멀리서 울리는 듯했다고 썼습니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보다 더 먼 거리입니다. 위원회는 그만큼 먼 곳에서 소리를 들은 기록은 이것뿐이라 했죠.
한쪽으로 치우친 지도
지도도 한쪽으로 쏠렸습니다. 굉음은 동쪽보다 서쪽으로 훨씬 멀리 갔죠. 위원회는 이 바다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 때문으로 봤죠. 더 이상한 점도 있습니다.
화산 바로 옆 여러 곳에선 폭발이 계속돼도 오전 10시 직후부터 굉음이 안 들렸습니다. 그때도 자바와 수마트라의 먼 쪽 끝에서는 똑똑히 들렸습니다. 위원회는 근처 해안을 덮은 짙은 화산재가 소리를 막았으리라 봤죠. 보고서를 검토한 음향학 교수 토머스 게이브리얼슨은 공기층이 소리를 휘게 해도 안 들리는 곳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소리가 그렇게 멀리 간 이유
소리는 어떻게 그리 멀리 갔을까요? 한 가지 이유는 음높이입니다. 낮은 소리는 높은 소리보다 에너지를 천천히 잃습니다. 먼 공연장의 노랫소리를 알아듣기 한참 전부터 베이스가 들리는 이유죠.
큰 폭발은 아주 낮은 소리를 엄청나게 냅니다. 상당 부분은 귀에 안 들릴 만큼 낮아 과학자들은 초저주파음이라 부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하늘 자체에 있습니다. 대기는 균일하지 않습니다. 온도와 바람이 다른 층들이 쌓여 있죠. 공기층이 소리를 땅 쪽으로 휘게 하면, 소리는 위로 빠지지 않고 지표를 따라 튀듯 나아갑니다.
휘어진 소리가 한 곳을 건너뛰고 더 먼 곳에 닿기도 합니다. 그래서 안 들리는 곳이 생길 수도 있죠.
눈금 밖으로
두 번째는 공기를 밀어내는 파동입니다. 바타비아 가스공장은 큰 가스 탱크의 압력을 줄곧 기록했죠. 위원회가 옮겨 실은 27일 아침의 기록입니다. 폭발의 여파가 잇따라 닿으며 선이 오전 내내 오르내립니다.
10시 15분에서 20분 사이엔 위쪽 끝을 넘어 치솟습니다. 아래 주석엔 원본 눈금이 여기서 끝났다고 돼 있습니다. 최대 압력은 온전히 기록되지 못했죠. 저드는 파동이 창문을 깨고 램프를 쓰러뜨리고 가스등을 끄고 가스 탱크를 구덩이 밖으로 들어 올렸다고 썼죠.
인터넷에선 크라카타우의 데시벨을 딱 집어 말하곤 하죠. 추정치로 보세요. 폭발을 잴 만큼 가까운 유일한 기기도 측정 범위를 넘겼으니까요.
지구를 돌다
세 번째 파동은 크라카타우를 과학자들 사이에서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1883년 기상 관측소에는 기압을 종이 위 선으로 그리는 기압기록계가 있었습니다. 기록지를 모으니 50곳 넘는 관측소에서 같은 이상한 기압 상승이 보였습니다. 그중 여덟 곳의 기록을 나란히 놓은 그림입니다.
화산에서 먼 곳의 기압 변화는 많아야 0점 몇 퍼센트였습니다. 기압이 한 번 올랐다 내려오는 데 두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귀로 듣기에는 너무 느렸죠. 관측 시각이 단서였죠. 기압 변화는 폭발 약 4시간 뒤 캘커타에, 6시간 뒤 도쿄에, 10시간 뒤 빈에, 15시간 뒤 뉴욕에 나타났습니다.
기록을 분석한 리처드 스트래치는 파동 하나가 크라카타우에서 원을 그리며 퍼지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 원은 커지면서 지구 둘레 전체를 감쌌습니다. 그다음 지구 정반대 편, 콜롬비아의 한 지점을 향해 다시 오므라들었습니다. 거기서 파동은 크라카타우로 돌아와 통과한 뒤 다시 퍼졌습니다.
많은 관측소가 일곱 번 감지했습니다. 나가는 파동 네 번, 돌아오는 파동 세 번이었죠. 글래스고에서는 분화 약 11, 25, 48, 59, 84, 94, 121시간 뒤에 파동이 지나갔습니다. 지구 한 바퀴에 약 35시간에서 37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속 약 1,100킬로미터로, 소리의 속도에 가깝습니다.
방향마다 조금 달랐습니다. 스트래치는 서쪽 파동을 시속 약 674마일, 동쪽 파동을 706마일로 봤습니다. 그는 모든 관측소의 시각을 거꾸로 짚어 폭발 시각까지 알아냈습니다. 답은 현지 시각 오전 9시 58분이었고, 바타비아 가스 탱크 기록도 이와 맞았습니다. 스트래치는 처음엔 파동이 지구를 세 바퀴하고 4분의 1 더 돈 뒤 기기에 안 잡혔다고 추정했죠.
다시 일어난 일
2022년 1월, 통가 근처 해저 화산 훙가가 폭발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압력파의 크기가 크라카타우 때와 비슷하다고 봤습니다. 이번엔 지상과 우주 곳곳에 관측 기기가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비밀 핵실험을 탐지하려고 만든 초저주파 관측망도 있었는데,
그곳의 한 지구물리학자는 관측 이래 최대 폭발이었다고 했습니다. 연구진은 엿새 동안 지구를 네 번 돈 파동과 반대편에서 세 번 더 지나온 파동을 추적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기압 기록과 같은 양상이죠. 영국 랭커스터의 대학 기상 관측소는 저녁 7시 반쯤과 새벽 2시쯤, 두 번 파동을 감지했습니다.
이번엔 9,0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알래스카에서 굉음이 들렸습니다. 앵커리지부터 페어뱅크스까지 주민들이 들은 건 새벽 3시 직후, 분화 약 7시간 뒤였습니다. 하와이는 통가에서 훨씬 가깝지만 들었다는 보고가 없었습니다. 1883년 위원회도 들리는 곳이 제각각이라 의아해했죠.
하나의 하늘
1883년에는 편지와 항해일지를 모아 전모를 파악하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2022년에는 같은 파동이 위성과 가정용 기상 관측기에 잡혔습니다. 두 기록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지구를 둘러싼 공기는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한 곳을 충분히 세게 치면, 지구 반대편의 기압계가 그걸 느낍니다. 몇 번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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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 J. Symons (ed.), The Eruption of Krakatoa, and Subsequent Phenomena, Report of the Krakatoa Committee of the Royal Society, 1888 (plates I, VII, IX, X, XVI): https://archive.org/details/eruptionkrakato00whipgoog
- "The Story of a Vast Explosion", Chambers's Journal, 8 Nov 1884: https://gutenberg.org/ebooks/66575
- T. B. Gabrielson, "Krakatoa and the Royal Society", Acoustics Today, April 2010: https://www.montana.edu/rmaher/eele217_sp12/krakatoa_sound_2010.pdf
- R. S. Matoza et al., Science 377 (2022), Hunga eruption atmospheric waves: https://doi.org/10.1126/science.abo7063
- Anchorage Daily News, 16 Jan 2022: https://www.adn.com/alaska-news/science/2022/01/15/volcano-eruption-near-tonga-causes-booms-heard-by-alaskans-nearly-6000-miles-away/
- USGS Hawaiian Volcano Observatory, 10 Feb 2022: https://www.usgs.gov/observatories/hvo/news/volcano-watch-tonga-eruption-recorded-hawaii-infrasound-network-and-globally
- NPR, 21 Jan 2022 (KPBS copy): https://www.kpbs.org/news/international/2022/01/21/nuclear-test-monitor-calls-tonga-volcano-blast-biggest-thing-that-weve-ever-seen
- Lancaster University, 21 Jan 2022: https://www.lancaster.ac.uk/news/tonga-volcanic-eruption-registered-in-lancaster
- The narration is a synthetic voice. Historical images are plates from the 1888 report; maps and diagrams marked "Illustration" are drawn explan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