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지구 자기장을 볼 수 있을까?
수년 동안 독일의 한 대학 조류 연구실에 있던 유럽울새들은 이동 방향을 고르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주변 도시에서 나오는 희미한 전기 잡음이었고, 오두막을 접지한 알루미늄으로 차폐하자 울새들의 나침반이 다시 작동했습니다. 이 영상은 철새가 자기 나침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어떻게 밝혀냈는지 따라갑니다. 잉크 패드 깔때기, 남북이 아니라 지구 자기장의 기울기를 읽는 울새, 빛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나침반, 이 나침반을 교란하는 전파, 이를 시각과 연결하는 뇌 영역, 그리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눈 속 단백질 크립토크롬 4까지 다룹니다. 크립토크롬 4의 반응은 양자 물리학에 기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살아 있는 새 안에서 이것이 작동한다는 것은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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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나침반
수년 동안 독일의 한 대학 조류 연구실에 있던 유럽울새들은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떠날 준비가 된 들뜬 철새들이었지만, 향하는 방향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원인은 주변 도시에서 나오는 희미한 전기 잡음이었고, 사람에게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수준보다 1,000배쯤 낮았습니다. 연구자들이 나무 오두막 안쪽을 접지한 알루미늄으로 덮자 울새들은 다시 길을 찾았습니다.
이 약점은 새의 나침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주는 가장 좋은 단서 중 하나이고, 그 답은 눈 속의 양자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어둠 속 비행
북아메리카에서만 해마다 가을이면 수십억 마리의 새가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작은 새들은 상당수가 어둠 속에서 이동합니다. 4개 대륙에서 육상 조류 56종을 추적한 2026년 연구에서는 이동 비행의 평균 82%가 처음부터 끝까지 밤에 이뤄졌습니다. 어떤 새들은 놀라운 거리를 날아갑니다.
2022년, 어린 큰뒷부리도요 한 마리가 알래스카에서 태즈메이니아까지 11일 동안 쉬지 않고 약 13,560km를 날았습니다. 처음 이동하는 어린 새들은 상당수가 따라갈 어른 새 없이 길을 떠납니다. 이들은 지는 해와 별, 그리고 가는 길의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은 구름 뒤로 사라지고, 넓은 바다에는 지형지물이 없습니다.
지구 자기장은 밤낮없이, 어떤 날씨에도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문제는 새가 그것을 느낄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느끼는지입니다.
깔때기와 잉크 패드
이걸 시험하는 데는 의외로 단순한 도구가 쓰입니다. 1966년, 스티븐 엠렌과 아버지 존 엠렌은 잉크 패드 위에 흰 압지로 만든 깔때기를 올린 장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동철이 되면 새장 속 철새는 밤에 들썩이며 깔때기 벽을 계속 뛰어오릅니다. 뛸 때마다 잉크 발자국이 남고, 아침이 되면 발자국은 새가 가고 싶어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독일 연구자들은 이미 하늘이 보이지 않는 밀폐된 방에서 유럽울새를 시험하고 있었습니다. 울새들은 그래도 계절에 맞는 방향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전기 코일로 새장 주변의 자기장을 돌리자 새들도 함께 방향을 돌렸습니다. 자기장이 중요하다는 건 확인됐지만, 울새의 나침반은 우리 나침반과 아주 달랐습니다.
북쪽이 없는 나침반
등산용 나침반의 바늘은 자북을 가리킵니다. 1972년, 볼프강 빌치코와 로스비타 빌치코는 울새의 나침반이 자북과 자남을 무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구의 자기력선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자기 적도 근처에서는 거의 땅과 나란히 지나가고, 자극 근처에서는 땅속으로 가파르게 들어가거나 땅에서 솟아 나옵니다.
울새들은 바로 그 기울기를 읽고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이 자기장의 위아래 성분만 뒤집자 새들은 방향을 반대로 바꿨습니다. 자기장 전체를 뒤집어 북쪽이 남쪽이 되었지만 기울기는 그대로였을 때는 새들이 같은 방향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울새의 나침반은 북쪽이나 남쪽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극 쪽인지 적도 쪽인지를 알려주고, 이동 방향을 고르는 데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놀라운 사실이 나왔습니다. 이 나침반은 빛이 있을 때만 작동했습니다.
빛이 필요하다
1993년 연구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박새류 새들은 파란빛이나 초록빛 아래에서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빨간빛 아래에서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이후 실험에서는 약 565나노미터인 초록빛까지는 작동하고, 노란빛부터는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빛의 색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이라면, 눈부터 살펴보는 게 당연했습니다.
자기장을 느끼는 반응
그보다 훨씬 전인 1978년, 물리학자 클라우스 슐텐은 자기 감각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빛으로 시작되는 화학 반응이었습니다. 빛이 특정 분자에 닿으면 전자 하나가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옮겨가고, 양쪽 모두에 짝을 이루지 않은 전자가 남는데, 화학자들은 이를 라디칼 쌍이라고 부릅니다. 각 전자에는 스핀이라는 성질이 있고, 이것은 아주 작은 자석처럼 행동합니다.
반응이 끝나기 전까지 이 쌍은 두 가지 결합된 스핀 상태 사이를 계속 오갑니다. 반응이 어떤 산물을 만들지는 각 상태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장은 분자가 자기장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놓여 있는지에 따라 그 시간을 바꿉니다. 지구 자기장은 약 22에서 67마이크로테슬라로 약하고, 냉장고 자석은 그보다 대략 100배 강합니다.
하지만 슐텐의 모델에서는 그렇게 약한 자기장도 반응의 균형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2000년, 슐텐과 토르스텐 리츠, 살리 아뎀은 그 분자가 눈에 있는 빛 감지 단백질인 크립토크롬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들이 옳다면 이 반응에는 이상한 약점이 있어야 했습니다. 바로 전파입니다.
캠퍼스의 잡음
자성 결정이라면 희미한 전파 신호는 거의 알아채지 못할 겁니다. 라디칼 쌍은 다릅니다. 전파가 전자 스핀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4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시험한 울새들을 메가헤르츠 대역의 약한 전파에 노출시켰는데, 무엇을 데우기에는 턱없이 약한 세기였습니다.
울새들은 자기장으로 잡던 방향을 잃었습니다. 10년 뒤, 처음에 소개한 올덴부르크의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헨리크 모우릿센의 연구팀은 캠퍼스의 나무 오두막에서 울새를 시험했는데, 수년 동안 새들은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오두막 안쪽을 알루미늄으로 덮고 접지하자 50킬로헤르츠에서 5메가헤르츠 사이의 잡음이 약 100분의 1로 줄었고, 울새들은 다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접지를 없애거나 차폐막 안에 잡음을 다시 넣자 새들은 또 길을 잃었습니다. 실험은 7년에 걸쳐 진행됐고, 새의 방향을 기록한 사람들은 차폐막이 접지됐는지 몰랐습니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서 시험한 새들은 차폐막이 전혀 필요 없었습니다. 2023년, 같은 연구팀은 다른 명금류인 검은머리휘파람새를 시험해 효과가 사라지는 지점을 찾았습니다.
약 80에서 145메가헤르츠 사이였습니다. 크립토크롬 같은 단백질 속 라디칼 쌍이 반응을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과 대략 일치합니다.
자기장을 보다
감지기가 눈에 있다면 신호는 시각 경로를 따라 전달되어야 합니다. 2009년, 올덴부르크 연구팀은 울새 앞뇌에 있는 클러스터 N이라는 작은 영역을 살펴봤습니다. 이곳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새들이 이동하는 밤에 활발해집니다. 클러스터 N을 양쪽 모두 파괴하자 울새들은 자기 나침반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해와 별을 보고는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부리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을 끊었을 때는 나침반에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 나침반은 시각을 거쳐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들이 자기장을 눈에 보이는 장면 위에 겹친 희미한 무늬처럼 볼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크립토크롬 4라는 단백질입니다. 울새의 눈에서 이 단백질은 원뿔세포의 빛을 감지하는 부분에 있습니다. 그리고 울새에서는 이동철에 이 단백질의 유전자가 더 활발해지는데, 닭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2021년, 올덴부르크와 옥스퍼드의 연구팀은 울새의 크립토크롬 4를 박테리아에서 만들어 실험실에서 시험했습니다.
빛으로 일어나는 이 단백질의 화학 반응은 자기장에 반응했고, 닭이나 비둘기의 같은 단백질보다 더 강하게 반응했습니다. 단백질 안에서는 전자가 아미노산 4개가 이어진 사슬을 따라 건너뛰며 라디칼 쌍을 만듭니다. 2024년, 조류 유전체 363개를 분석한 연구는 명금류에서 자연선택이 크립토크롬 4 유전자의 변화를 선호해 온 흔적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 실험을 한 연구팀은 신중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단독으로, 지구 자기장보다 강한 자기장에서 시험한 것이었습니다. 모우릿센의 말처럼, 이 일이 새의 눈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은 아직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분야는 아직 결론과 거리가 멉니다. 2023년, 한 연구는 초파리 신경세포에서 자기 효과를 보고했지만, 다른 연구는 초파리 10만 마리 이상을 시험해 행동에서 자기 효과를 찾지 못했습니다.
철의 정체
경쟁하는 가설도 있었습니다. 작은 철 결정이 나침반 바늘처럼 작동한다는 생각입니다. 1971년, 윌리엄 키턴은 귀소 비둘기의 등에 작은 자석을 붙였습니다. 맑은 날 27에서 50km 떨어진 곳에서 풀어주자, 경험 많은 비둘기들은 그래도 집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하늘이 완전히 흐린 날에는 방향을 잃었는데, 태양 나침반이 자석의 방해를 메워주고 있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과학자들은 비둘기 부리에서 철이 풍부한 세포를 발견하고 나침반 바늘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그 세포들은 철을 재활용하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부리에서 오는 신경은 여전히 자기 정보를 전달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나침반이 아니라 지도에 쓰이는 정보일 수 있습니다.
나침반은 지도가 아니다
나침반은 내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1948년부터 1957년까지 네덜란드 생물학자 알베르트 페르덱은 네덜란드에서 이동 중인 찌르레기를 잡아 1만 4,000마리 넘게 스위스로 옮겼습니다. 번호가 적힌 다리 가락지가 나중에 회수되면서 새들이 어디로 갔는지 드러났습니다.
어른 새들은 경로를 바로잡아 북서유럽의 원래 월동지로 향했습니다. 어린 새들은 타고난 방향인 서남서로 계속 날아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에 도착했습니다. 어른 새들에게는 어린 새들에게 아직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도입니다.
2013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동쪽으로 1,000km 옮겨진 유럽개개비들은 깔때기 실험에서 번식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부리에서 오는 신경 가지를 끊은 새들은 옮겨진 적이 없다는 듯 예전 방향을 계속 골랐습니다. 그리고 2017년, 러시아의 연구자들은 자기장의 세기와 기울기는 그대로 두고 자북만 평소 방향에서 8.5도 돌렸습니다. 그런 자기장은 러시아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근처에 있습니다.
어른 유럽개개비들은 마치 그곳으로 옮겨진 것처럼 방향을 151도 바꿨습니다. 모든 이동 실험의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지도 감각은 나침반보다 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그럼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울새와 다른 명금류 실험은 자기장의 기울기를 읽고, 빛이 필요하며, 시각을 거쳐 작동하는 자기 나침반을 보여줍니다. 약한 전파 잡음은 라디칼 쌍 반응에서 예상되는 대로 이 나침반을 흐트러뜨립니다. 울새 눈 속의 한 단백질은 시험관에서 예상대로 행동합니다.
아직 아무도 그것이 살아 있는 새 안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작동한다면, 철새들은 양자 물리학에 기대는 반응으로 지구를 읽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 도시의 희미한 전기 잡음만으로도 그것을 흐리게 하기에 충분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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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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